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를 전후로 해서 다양한 소식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Intel 과 ARM의 대결이 계속 흥미 진진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Intel에 대한 ARM쪽의 공격이 시작되었는데, levono에서 Skylight라고 하는 netbook이 나왔다고 합니다.
위 기사에 따르면 Lenovo Skylight는 Qualcomm Snapdragon chip을 사용한 10인치 netbook으로, harddisk는 없이 14GB의 flash memory와 2GB의 on-line storage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WiFi뿐 아니라, Snapdragon을 사용하였으므로 3G WCDMA에 연결할 수 있습니다. 올 봄쯤에 소비자가 살 수 있다고 하는데, $499이라고 하니 Intel netbook에 비해 가격적인 경쟁력은 없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대로 ARM쪽에 대한 Intel의 공격도 있었는데, CES 기조 연설에서 Intel CEO Otellini가 선보인 LG GW990이라고 하는 스마트폰입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1024x480 해상도를 가지는 4.8인치 LCD를 쓰고, Intel moorsetown이라는 프로세서를 쓰고 moblin을 기본 운영체제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국내 언론에서는 괴물 스마트폰이 나왔다고 떠들었지만, 스마트폰이라고 하기보다는 전화를 지원하는 MID(Mobile Internet Device)라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단순한 말장난일 수도 있지만요.
CES에서 가벼운 잽을 주고 받았는데, 이 싸움은 정확하게 말해서 Intel과 ARM의 회사대 회사의 싸움이 아닙니다. ARM이 반도체 IP 랭킹 1위이기는 하지만 Intel에 비해서는 작은 회사입니다. Intel이 가능만하다면 ARM을 사고, 사업부를 없애려고 할 수도 있는 정도라고 할까요? 정확하게는 이 싸움은 PC 기반과 Embedded 기반의 반도체 회사들의 싸움입니다. PC 기반 반도체의 맹주가 Intel이고, Intel이 이겨 주었으면 하는 회사는 아마도 Microsoft일 것입니다. 물론 Intel의 라이벌인 AMD도 PC쪽에 서 있겠지만, 적자가 계속되는 회사를 살리느라 바쁘므로 정신을 못차리고 있습니다. ARM쪽 진영에는 나머지 대부분의 반도체 회사가 서 있는 모양새입니다.
- Intel의 고민
Intel은 전세계 반도체회사 ranking 1위이고, 이것은 탄탄한 PC 시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Microsoft의 Windows 계열 PC에서는 Intel/AMD/VIA 등의 회사의 x86 CPU를 사용할 수 밖에 없고, 그 중에서 Intel이 절대 강자입니다. 전세계에서 약 3억대정도의 PC(desktop, notebook 등 모두 포함)가 매년 팔리고 있는 만큼, 엄청 큰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또한, AMD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경쟁자가 없으므로 이익도 많이 챙길 수 있습니다.
x86 기반의 PC 시장이 계속 성장한다면 Intel은 큰 고민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PC 시장의 성장이 많이 둔화된 상태이고 반대로 휴대폰과 같은 기기의 시장은 매우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휴대폰은 전세계적으로 1년에 10억대가 넘게 팔립니다. 시장 점유율 2위인 삼성이 약 20%의 점유율로 분기당 5천만대 넘게 팔고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소위 말해 피쳐폰(feature phone)이라고 하는 단순한(그래도 대부분 camera 달려있고, MP3 play도 되는...) 전화기입니다만, 스마트폰(smart phone)의 점유율이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KT의 아이폰 출시로 스마트폰 바람이 불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이미 전체 휴대폰 사용자 중에 스마트폰 사용자의 비율이 10%를 훌쩍 넘어 20%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이 스마트폰 시장이 Intel을 고민케 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빨라서 군침을 흘린다기 보다는, PC 기반의 computing 환경이 스마트폰이나 그와 비슷한 기기로 이동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고민은 Microsoft도 계속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Windows CE, PocketPC를 거쳐서 Windows Mobile로 계속 Embedded OS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Microsoft는 PC가 아니라 콘솔 게임기가 모든 집의 거실에 설치되어 그것이 가정 내부의 모든 단말기의 허브 기능을 가지게 될 것을 내다보고, 사업분야와는 크게 관계 없는 콘솔 게임기 시장으로 진입했습니다.(Microsoft는 이 영역에 Sony의 PS3의 실패로 인해 어느 정도 시장에 안착을 했습니다만, 아직까지 콘솔 게임기가 가정 내부의 단말 허브 기능을 가지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Intel은 이 스마트폰 시장에 발을 들여 놓기를 원합니다. 이 스마트폰 내부에 들어 있는 칩에서 사용되는 CPU(architecture)의 절대 강자가 ARM입니다.
Intel Desktop CPU의 performance는 현재까지 시장에 있는 어떠한 ARM 기반 CPU 보다는 좋습니다만, Power 소모가 엄청나게 많다는 커다란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desktop을 설치할 때 엄청난 크기의 heatsink와 fan을 달고 있죠. Performance를 줄이되 power 소모를 줄인 것이 Atom 프로세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Intel이 Atom을 발표했을 때, 스스로도 power 소모 때문에 ARM의 적수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온 개념이 MID(Mobile Internet Device)로 보이는데, 아직까지는 MID는 성공하지 못하고, netbook이 커다란 성공을 했습니다. 다만 Intel의 notebook 제품군인 Centrino의 시장 영역을 Atom이 어느정도 줄였겠지만 말입니다.
사실 동일한 성능이면, power 소모가 적으면 적을 수록 좋지만 Intel의 x86 architecture는 ARM의 architecture에 비해 훨씬 복잡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는 ARM보다 줄이기 쉽지 않을 겁니다. 위에서 소개된 GW990도 자세한 것이 공개하지 않았지만, 일반적인 스마트폰보다는 상당히 많이 power 소모를 하지 않을까 추측됩니다. 스마트폰으로 경쟁력이 있었다면 비슷한 사이즈의 LCD를 사용해서 "우리도 비슷하게 만들 수 있어"라고 자랑해야 하는데, 상당히 크게 설계하여 "우리는 성능이 좋아"라고 말하는 듯 하기 때문이죠.
Intel이 스마트폰 시장 및 기타 mobile 기기에서 성공을 하려면 적어도 다른 ARM Chip과 비슷한 수준까지는 끌어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어짜피 스마트폰의 power는 CPU 뿐 아니라 LCD 등의 다른 부분에서도 소모되므로, 사용자의 입장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까지 떨어뜨리지 않으면 곤란할 겁니다.
- ARM 진영의 꿈
ARM은 processor IP및 ISA(Instruction Set Architecture)를 license하여 돈을 버는 회사이므로 수 많은 회사가 processor IP나 ISA를 license하여 칩을 만들고 있고, 만들 수 있습니다. CES에서 발표된 Google 넥서스원에 들어간 Qualcomm Snapdragon도 ARM에서 ISA를 license하여 Qualcomm에서 만든 칩이고, Apple iPhone에 있는 Processor도 ARM Cortex-A8 CPU Core를 license하여 삼성이 만든 칩입니다. 이러한 회사들이 모두 ARM 진영이라고 보면 됩니다. 심지어 ARM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MIPS도, Intel vs. ARM의 구도에서라면 ARM쪽의 편이라고 봐야 합니다.
ARM CPU가 Intel CPU에 비해 뛰어난 점은, Power 소모가 적다는 점입니다. 단순한 절대적인 Power 소모 비교가 아닌 성능대비 Power 소모가 매우 적습니다. 이 강점을 바탕으로 ARM 진영은 스마트폰 시장을 접수했고, 이제는 smartbook이라는 개념의 기기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Levono의 Skylight가 전형적인 smartbook이라는 개념의 기기라고 할 수 있는데, smartbook이라는 개념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netbook인데 Intel CPU 안쓰고, Microsoft Windows를 안쓰는겠다고 보면 됩니다. 부가적으로 mobile network(3G network)가 약간 가미되어 있습니다. 참 재미 있는 것은 netbook의 시장 개척은 Intel Atom이 해놓았는데, 그것을 ARM 진영에서 침탈하려고 하는 형국입니다.
Smartbook에서 가질 수 있는 ARM 진영의 무기는 재미 있게도 Low Power라는 것이 아니고, Low Price입니다. Intel Atom/Microsoft Windows를 사용하는 netbook보다 낮은 가격대에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Power 소모가 적으니까, 좀 더 오래쓸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집니다. ARM 진영은 내부에서도 여러 회사가 경쟁을 벌이고 있으므로, smartbook 제조사 입장에서는 CPU를 싼 가격에 공급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거기에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Hard Disk는 달지 않고 Solid State Storage, 즉 Board에 내장된 NAND Flash나 SD Card와 같은 추가 장치를 이용하여 사용자 데이터를 저장하도록 하는게 일반적인 smartbook concept입니다. OS는 Linux 기반이 될 겁니다. 사실 netbook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Internet 및 multimedia(동영상 및 음악), 간단한 문서작업이라고 보고 그것에 적합한 저렴한 기기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Smartbook에서 ARM 진영의 최대 약점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MS Windows PC의 환경과 동일한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없다는 점입니다. PC에서 사용되는 Microsoft Windows(XP, Vista, 7 등)는 ARM에서 동작하지 않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은 낮지만 Microsoft가 ARM용 Windows(Windows Mobile 말고)를 만들어 준다고 하더라도, Windows 위에서 동작하던 application을 모두 다시 ARM용으로 다시 compile해야 합니다. 물론 가상화(Virtualization)라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겠지만, ARM 진영의 CPU가 Intel의 desktop CPU에 비해서 성능이 좋지 않은데 가상화까지 해서 Windows PC 환경을 꾸미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 예상
개인적으로 볼 때는 smartbook/netbook 시장에서 ARM 진영이 어느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할 것으로 보는데, 최근의 시장 조사 기관들에서 발표하는 내용도 비슷합니다. 혹, ARM의 CPU 성능이 Intel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하는 사람들은 아래 동영상을 보십시오.
Intel 1.6GHz Atom 넷북과 500MHz로 동작하는 ARM Cortex-A9 development board에서 web browsing 속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일한 OS(당연히 linux로 추정)를 설치하고, 동일한 network에 물려서 테스트하고 있는데, ARM Cortex-A9이 약간 느리기는 하지만 크게 차이가 나는 수준은 아닙니다. 추정컨데 Core-A9의 clock을 더 높여도, atom과의 차이가 크게 줄어들거나 역전되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500MHz로 돌린 것 같은데, 그래도 생각보다 빠른 속도이고 사용하는데 큰 문제가 없는 정도입니다.
그래도 Windows PC와 똑같지 않으므로, 무언가 불안전한 느낌이라서 안팔릴 것이라는 예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netbook을 사는 사람은 대부분은 집에 PC나 notebook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일종의 second PC라는 개념으로 장만하는 것인데, smartbook도 우선은 마찬가지의 영역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Smartbook을 들고 밖에 나가서는 필요한 적당한 것을 하면 되는 것이고, 나중에 집에 있는 PC와 data를 교환하면 그만인 셈입니다.
Smartbook이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이 상당히 마련되어 있습니다. Web 기반으로 대부분의 software가 제공됩니다. 이미 email 같은 것은 많은 사람들이 outlook이나 아직도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eudora와 같은 전용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고 web에서 많이 이용하고 있고, 문서 작업 같은 것도 web 기반으로 제공됩니다. 또한 web 기반 storage 등이 있으므로 smartbook의 부족한 저장 용량을 어느 정도 보충해 줍니다. Web browser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다양합니다. Google에서 준비 중인 Chrome OS가 이러한 추세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game은 smartbook에서 당분간은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만, smartbook의 초점은 당분간 "이동성"에 맞추어져 있으므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한 game 역시 cloud 형태로 이동하려는 시도가 여럿 있습니다. 즉, client는 단순히 입출력(화면 표시, 사용자 입력 등)만 담당하고, client의 화면에 표시될 내용, sound를 계산하는 것을 포함한 모든 것은 service 회사가 담당하고 그 사이를 network으로 연결하려고 하는 시도가 있습니다.
ARM진영이 smartbook이 성공을 하면 아마도 desktop도 바꾸려 할 것이고, 그 시점이 오면 Intel하고 Microsoft는 현재의 지위를 누리지 못할 겁니다.
반대로 Intel의 스마트폰 시장의 진입은 무언가 획기적인 일을 수행하지 않는 이상, 당분간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GW990이 moblin(간단히 말하면 atom용 linux)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ARM CPU에 linux를 올린 기기랑 사용자가 느끼기에는 별 차이가 없을 겁니다. 엄청 빠를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ARM 진영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특별한 기능을 제공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power도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고, 가격도 더 비쌀 것으로 추정되는 chip을 굳이 사용할 스마트폰 제조사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 우리나라의 특수성
우리나라에서는 당분간 smartbook이 많이 팔릴 수 없겠습니다. 개인적으로 PC의 web browser로 Firefox를 주로 사용하는데, 국내 web 환경에서는 PC의 Firefox를 쓰는 것도 불편합니다. 예전에 비해서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Firefox로는 제대로 보이지 않는 사이트가 있고, 인터넷 뱅킹, 신용카드 결재등을 처리할 수 없습니다. 즉, Microsoft Internet Explorer + x86 CPU의 형태를 가지지 않으면 모든 서비스를 기대하지 못합니다. 다만, 작년 말에 iPhone이 출시된 다음 부터는 platform 의존성 논의가 좀더 활발해 지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